한국인의 일본회사 서바이벌_ 휴가 중 업무처리

 

안녕하세요, 2018년 4월에 유학비자로 홋카이도 삿포로에 와서 삿포로랭귀지센터에서 1년 6개월동안 일본어 공부를 한 후 2019년 10월 1일부터 일본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일본직장인78 입니다.

제가 근무하는 일본 회사는 휴일 근무를 되도록 지양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휴일에 나와서 IT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는 '꼭 휴일에 나와서 해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휴일 근무는 거의 없는데, 얼마전에 휴일 작업을 하는 바람에 대체휴무가 생겼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본인이 원하는 날 대체휴무를 하면 됩니다. 날짜만 정하면 '이 날 쉬겠습니다.'하고 상사에게 말만 하면 됩니다. 간단하죠? 이런 부분은 정말 한국과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제가 한국회사에서 일을 할때는, IT회사 업무 특성상 갑자기 발생하는 일이 많고,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일이 대부분이어서 기한이 '오늘'아니면 '지금 즉시'였습니다. 만약 본인이 책임지고 진행하는 바운더리 안에서 장애라도 발생한다면? 그게 하필 휴무일에 발생한다면?? 근거리(국내에 있으면 근거리)에 있으면 출근해야 하고, 원거리(비행기 타면 원거리)에 있으면 그 순간부터 전화와 한 몸이 되야 합니다. 한국에서 네트워크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좋은 점이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1인 할당 업무량과 책임량이 많은 건 정말 힘든 일인것 같습니다.

1인당 업무의 영역이 넓기 때문에 3박 4일 여행이라도 가게 되면 다른 직원이 본인의 업무에 더해 나의 업무를 대리해 줘야 합니다. 결국은 민폐를 끼치는 상황이 되는지라 하루라도 연차를 쓸 때는 연차를 쓸 수 있는 상황인지 먼저 협의를 하고, 연차를 쓰는 이유를 보고한 후 팀장을 비롯해 팀원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징검다리 휴일이나 명절 전후로 길게 연차를 붙여서 쓴 적이 별로 없었죠.

 

그런데, 일본 회사에 근무하면서 이 부분이 달라서 많이 놀랐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휴무든 휴가든 쉴 때는 본인이 날짜를 정하고, 상사에게 날짜만 보고하면 끝입니다. 협의나 양해, 나아가 이유따윈 필요치 않습니다.

물론 회사업무 일정상 중요한 회의나 이슈가 있는 날은 다른 날짜로 바꿀 수 있는지 물어보긴 합니다만, 이런 경우는 아주 드물고 대부분은 본인이 원하는 날짜에 쉽니다.

그리고 몸상태가 좋지 않아 출근이 어려울때는 회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채팅프로그램으로 상사에게 보고만 하면 됩니다. 전화 불필요!

제가 언젠가 처음으로 반차를 쓴적이 있었습니다. 아직 이런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은터라 팀장님께 이런저런 개인 이유로 오후 반차를 쓰고 싶은데, 괜찮은지 물었더니 괜찮다면서 어색한지 계속 웃으시더군요.

(일본인들은 개인주의가 강하다고 들었는데, 무관심의 형태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로 관심을 배제하는 경우가 많은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저리주저리 저의 개인 사정을 얘기 했을 때도, 어색해 하면서도 먼저 개인 사정을 공유해준 걸 좋아하는 것 같더라구요.)

일본 회사에서 내가 휴무일 때 내가 진행 중 이던 업무에 이슈가 생겼다?

그냥 그 업무가 스톱됩니다.

 

다른 팀의 직원에게 있었던 일인데 휴가를 다녀와서 보니 본인이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한 서류하나가 되돌아 와 있었다고 합니다. 중요한 서류도 아닌데, 사인 위치가 잘 못 되어  중단되어 있었던 거죠. 그래서 다음 단계의 모든 프로세스가 올스탑되어 협력 회사를 비롯해 모두 대기. 그 직원의 상사가 대신 사인을 해서 보내거나, 해당 직원이 사유서를 써야 하거나 책임을 물어 징계를 받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업무 진행중의 한 과정으로 생각하고, 그 직원이 휴무기 때문에 기다릴 뿐.

아직도 이런 문화가 적응이 안되고 생소한데,
다른팀 또는 다른 회사와 협업하는 업무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직원이 휴무라고 하면 언제 업무에 복귀하는지만 물어보고 그냥 기다립니다. 전화도 안 해요.

모든 절차에 시간이 오래 걸려서 답답한 면이 있었는데, 이렇게 개인의 사생활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있기 때문이었나 생각해봅니다.

아직 저도 궁금하고 이해 안되는 부분이 많긴 하지만, 오늘 포스팅이 일본 직장 문화에 대한 궁금증 해소에 어느정도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오늘도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셨다면 공감 부탁드리고,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받고 싶으시면 구독 해주세요.